지난해 배우 김민교 씨가 키우던 개가 이웃 주민을 물어 숨지게 한 사건, 기억하십니까?
김씨의 반려견은 군견으로도 투입되는 덩치 큰 개였지만, 입마개 착용 의무는 없었습니다.
현재 딱 다섯 종류 뿐인 맹견 제도. 개선할 필요는 없는지 다시 간다, 우현기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지난해 5월 나물을 캐던 80대 할머니가 철제 울타리를 넘어온 벨지언 쉽독 2마리로부터 공격을 당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견주는 배우 김민교 씨였습니다.
사건 8개월 지나 다시 찾은 김 씨 집에선 개들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마을 주민]
"훈련소에 (사고 후) 한 20일 있다가 간 것 같은데."
김 씨는 취재진에게 "반려견은 전문 훈련소에 맡겼고, 평생 면회만 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유족 측과도 합의를 마쳤습니다.
[유족]
"엄마가 돌아가신 거고. 사람은 안 무는 개라는데 사람을 물어서…다 합의했어."
하지만 경찰은 지난달 초, 김 씨에게 '과실치사' 혐의를 적용해 검찰에 넘겼습니다.
반려견 관리 소홀의 책임이 있다고 본 것입니다.
[이채승 / 변호사]
"과실치사가 되면 2년 이하 금고 또는 7백만 원 이하 벌금이기 때문에, 합의가 이뤄진 점을 고려하면 벌금형이 선고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지난 2017년, 유명 한식당 대표가 배우 최시원 씨 가족의 프렌치 불독에 물린 뒤 사망한 사고와는 대조적입니다.
사인이 개물림 때문인지가 규명되지 못해 최 씨는 과태료 5만 원만 냈습니다.
비슷한 사건처럼 보이지만, 확연히 다른 처벌.
매년 2천 건 넘는 개물림 사고가 발생하는 상황에서, 관련 규정을 정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입마개 착용 의무는 로트와일러, 핏불테리어 같은 맹견 다섯 종에만 적용됩니다.
군견으로도 투입되는 김민교 씨의 벨지언 쉬프독과, 최시원 씨 가족의 프렌치 불독은 맹견으로 분류되지 않았습니다.
등록 반려견 233만 마리 가운데 입마개 착용 의무가 있는 맹견은 0.09%에 불과합니다.
지난 2018년, 정부가 맹견을 5종에서 8종으로 늘리는 방안을 추진했지만, 동물보호단체 등의 반대로 무산됐습니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
"8종으로 늘리고 몸 체고 개 몸 높이도 40㎝ 이상 되는 개들은 입마개를 의무화시키고, 안전관리 방안을 마련해서 발표했는데, 견종에 따라서 '얘가 더 사납고 얘는 덜 사납고'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다 그래서…"
맹견에게 입마개를 착용시키지 않아 발생한 사고도 있었습니다.
지난해 7월, 서울 불광동에선 맹견으로 지정된 '로트와일러'가 이웃집 스피치를 물어 죽이고, 사람을 다치게 했습니다.
사건 6개월이 지난 지금은 어떨까.
입마개는 채워졌고, 견주는 재물손괴와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가해 견주]
"애견 대학에 4개월 갔다 왔어요. 100만 원씩 주고"
하지만 여전히 불안해하는 이웃 주민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신모 씨 / 피해 주민]
"지난해 12월 29일날요. 저를 밀치고 저희 개를 공격해가지고…저는 얘 데리고 도망쳤었고 너무 빨리 오길래."
맹견의 견주는 관리 규정을 정확히 지켜야 하고, 맹견 5종이 아니라 해도, 견주가 판단해 입마개 등을 조치하는 '인식 전환'이 필요합니다.
[이웅종 / 연암대 동물보호계열 교수]
"모든 개는 공격성이 있다는 것이고, 그런 개의 성향은 우리 보호자가 가장 잘 알거든요."
정부는, 견종에 따라 입마개를 의무화하기보단, 개체별로 평가해 조치하는 방향으로 법령 개정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재용 / ○○애견훈련소 훈련사]
"이렇게 잠깐만 매고 빼고 칭찬해주시고 반복을 계속해 주셔야 해요"
'다시간다' 우현기입니다.
whk@donga.com
영상취재 : 윤순용 임채언
영상편집 : 윤순용
